물리·소재

고대 잉크 속 납, X선으로 개봉하지 않은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속 글자를 밝히다

불에 탄 두루마리의 실험실 복제본 연구 결과, 납부터 먼저 찾아내면 수백 개의 미해독 파피루스 중 어느 것을 정밀 스캔할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베수비오 화산에 묻힌 도서관, 아직 읽지 못한 채로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가스와 화산재는 로마의 도시 헤르쿨라네움을 뒤덮었고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천 개 이상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탄화시켰습니다. 지금은 부서지기 쉽고 검게 변한 이 두루마리들은 고대로부터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완전한 도서관으로 묘사됩니다. 1752년 발견된 이후 일부는 물리적으로 펼쳐졌지만 많은 두루마리가 재로 부서졌고, 수백 개는 여전히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도서관에 봉인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두루마리를 열지 않고 읽어내려는 시도에 수년을 들여왔습니다. X선 스캔을 컴퓨터 알고리즘과 결합해 텍스트를 가상으로 복원하는 방식입니다. 이 작업에 상금을 거는 대회인 Vesuvius Challenge는 성과를 냈습니다. 처음 읽어낸 텍스트에는 7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졌고, 이어 Bodleian Libraries 소장 두루마리 한 점 내부의 X선 영상이 공개되었으며, 올해는 PHerc. 1667이라 불리는 두루마리 전체가 읽혀 윤리와 인간의 도덕적 진보를 다룬 철학 논고임이 드러났습니다.

걸림돌은 잉크와 파피루스가 모두 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적인 스캔으로는 둘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연구 자원봉사자 Douglas Seiler가 이끌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NIST)와 함께 진행한 새로운 연구는 납을 이용해 이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연구는 PLOS One에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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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납은 도드라지는 이유

Seiler가 말했듯, 핵심 문제는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가 거의 숯덩어리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잉크와 종이 모두 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X선이 거의 같은 비율로 두 물질을 통과합니다. 납은 파피루스보다 X선을 훨씬 강하게 흡수하므로, 잉크에 납이 포함된 두루마리라면 X선 영상에서 글자가 주변 물질과 뚜렷하게 대비되어 나타나야 합니다. 이러한 대비는 이미 사람이 글자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의 Vito Mocella가 포함된 연구팀이 실제 헤르쿨라네움 파편 두 점을 싱크로트론으로 매핑한 결과, 납이 정확히 글자가 있는 자리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농도는 한 파편에서 제곱센티미터당 84마이크로그램, 다른 파편에서는 16마이크로그램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모든 고대 잉크에 납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경사들이 하나의 제조법만 따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9년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서 처음으로 금속 성분 잉크를 확인한 University of Kentucky의 컴퓨터과학자 Brent Seales의 이전 연구와, 조각난 두루마리 두 점에서 납을 발견한 2016년 연구 모두 이 금속이 우연히 섞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Seales는 두루마리마다 나타나는 편차와 대체로 낮은 농도로 미루어 볼 때, 이 금속이 표준 재료라기보다는 우연히 섞여 들어간 첨가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Seiler의 연구팀은 납을 먼저 찾아내는 선별 작업이 어떤 두루마리를 더 집중적으로 스캔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휴대용 X선 형광분석(X-ray fluorescence, XRF) 장비로 두루마리를 검사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장비는 표면에 X선을 비추고 되돌아오는 X선의 에너지를 읽어 원소를 식별합니다. 두루마리에서 납 신호가 검출되면, 그 두루마리는 텍스트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정밀한 3차원 이미징의 유력한 후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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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두루마리를 만들고 태워서 가설을 검증하다

탄화 과정에서 손상되어도 납 신호가 남아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제 손상되기 쉬운 원본 대신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두루마리를 제작했습니다. 이들은 현대 이집트산 파피루스와 갈대펜, 그리고 당시 방식대로 만든 탄소흑색 잉크를 사용했고, 여기에 다양한 양의 납을 첨가했습니다. 성경 구절과 오래된 영화·TV 프로그램의 대본을 포함한 문장을 기록한 뒤 파피루스를 말아 두루마리로 만들고, 화산 폭발 당시의 조건을 모사하기 위해 저산소·고온 가마에서 탄화시켰습니다.

휴대용 XRF 장비는 시험한 모든 샘플에서 납 신호를 검출했으며, 표면 농도 제곱센티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까지 낮은 수준에서도 검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실제 고대 파편에서 측정된 최저 농도보다도 낮은 값입니다. 이어 NIST의 물리학자 Jake LaManna가 탄화된 모형 두루마리의 3차원 X선 스캔을 수행해, 여러 각도에서 영상을 수집함으로써 안에 봉인된 글씨의 입체적인 상을 구성했습니다. Seiler는 스캔이 완료되자 글자가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스캔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바꾸려면 두루마리를 물리적으로가 아니라 디지털로 펼쳐내야 했습니다. NIST 연구원 Michael Cyrus Daugherty는 원래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의 감긴 층을 CT 스캔으로 펼쳐 보기 위해 작성했던 소프트웨어를 개조해, 모형 두루마리를 디지털로 펼쳐내는 데 재활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시도한 모든 납 농도 수준에서, 복원된 영상이 예상보다 더 뚜렷하게 납으로 표시된 단어들을 포착했다고 보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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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600개가 넘는 미개봉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중 어느 것이 노력이 많이 드는 가상 펼치기 작업의 최적 후보인지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휴대용 XRF 스캔은 몇 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Seiler는 시설에서 완전한 이미징에 착수하기 전에 특정 두루마리에 납이 포함되어 있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탄소 잉크와 탄소 종이 사이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이전 시도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납 신호는 매우 강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방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잉크로 쓰인 두루마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 X선이 골라낼 대상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Mocella는 헤르쿨라네움 파편에 대한 자신의 XRF 연구에서 일부 고대 잉크에 납 외에 다른 금속들도 발견되었다고 지적하며, 향후 스캔에서는 이런 금속들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Mocella는 또한 실험실에서 만든 두루마리가 실제 두루마리가 입은 손상의 전체 규모를 재현하지는 못한다고 경고합니다.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와 압력은 가마 소성이 복제품에 가한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원본 두루마리를 부수고 뒤틀어 놓았습니다. 그는 이번 연구를 완성된 해법이라기보다는 첫걸음이자 훌륭한 작업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역시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Seales도 마찬가지로, 잉크에 금속이 없는 두루마리라고 해서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며 다만 더 어려울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Vesuvius Challenge가 가장 다루기 힘든 두루마리에서도 AI 분석을 통해 여전히 잉크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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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1. Reading 2000-year-old scrolls without unfurling themAmerican Chemical Society · Tier 1
  2. 2. Watch scientists decipher burned scrolls without unrolling themTier 1
  3. 3. Revealing metallic ink in Herculaneum papyriPubMed Central (PMC) · Tier 1
  4. 4. Scientists re-created the Herculaneum scrolls. They found a clue to decoding hidden textCNN · Tier 2
  5. 5. Scientists develop new method for deciphering ancient scrollsArs Technica · Ti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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