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막 뒤에 숨어 있는 휴면 암세포 발견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잠들어 있는 암세포는 주변 정상 세포와 세포 내부의 생존 스위치의 보호를 받아 치료를 견뎌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종양 자체가 아니라 이 보호 작용을 겨냥한 새로운 약물 병용 요법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조용해지는 세포들
암세포는 처음 생겨난 장기를 벗어나 골수, 간, 폐, 뇌 같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그중 일부는 분열을 멈추고 수개월, 수년, 심지어 수십 년 동안 비활성 상태로 머뭅니다. 연구자들은 이 상태를 휴면(dormancy) 또는 정지기(quiescence)라고 부릅니다. 기존 암 치료법 대부분은 활발히 분열하는 세포만 죽이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렇게 잠들어 있는 세포는 화학요법에서 살아남았다가 나중에 깨어나 새로운 종양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전이성 재발(metastatic relapse)이라고 합니다 [1,5].
Fred Hutchinson 암연구센터의 한 연구자는 이러한 세포가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로 살아간다고 설명했는데, 언제 다시 자라나기 시작할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1]. 한 별도의 리뷰 논문은 전이성 재발이 암 사망의 최대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몸속으로 퍼진 세포 중 실제로 뚜렷한 종양을 형성하는 비율은 극히 일부인 약 0.02%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죽거나 휴면 상태에 빠집니다 [5]. 치료가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 뒤 몇 년이 지나 나타나기도 하는 늦은 재발은, 특히 유방암에서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2].
출처 1, 5
이들을 보호하는 것: 이웃 세포와 내부의 생존 스위치
여러 연구 흐름이 같은 기본 아이디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즉 휴면 세포는 스스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라 불리는 주변 정상 세포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마우스 실험에서 Fred Hutchinson의 Cyrus Ghajar가 이끄는 연구팀은 뼈로 전이된 유방암 세포들이 혈관주위 니치(perivascular niche)라 불리는 혈관 주변 영역에 모여드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endothelial cell)들은 이 연구에서 시험한 세 종류의 화학요법 약물과 한 종류의 표적치료제로부터 종양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원래 혈관 복구와 상처 치유를 돕는 인테그린(integrin)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작동했습니다 [1].
MRC 의학과학연구소(Laboratory of Medical Sciences)와 Imperial College London, UCL이 진행한 보다 최근의 매핑 연구는 인간 유방 종양 조직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는 기존 발표 데이터에, 개별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종양 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일세포 및 공간 유전자 시퀀싱 기법을 결합해 이루어졌습니다. 휴면 세포는 두 종류의 다른 세포, 즉 CXCL10 양성 대식세포(macrophage)라는 면역세포와 근섬유아세포성 암 관련 섬유아세포(myofibroblastic cancer-associated fibroblast)라는 종양 지지 세포 근처에서 일관되게 발견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주변 세포들이 휴면 세포 주위에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주변 세포가 암세포를 휴면 상태로 밀어넣는 것인지, 아니면 암세포가 주변 환경을 끌어들이고 변화시키는 것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신중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3].
한편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에서는 이웃 세포가 아니라 휴면 세포 자체의 내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우스와 인간의 유방암 세포주에서, 화학요법은 일부 세포를 Bcl-xL이라는 단백질에 의존하는 휴면성, 약물 내성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Bcl-xL은 세포 내부의 자기파괴 경로를 정상적으로 차단하는 단백질군의 일종입니다. 유전적으로 Bcl-xL을 줄이거나 A-1331852라는 약물을 사용해 이를 차단하는 방법을, 삼중음성 유방암과 HER2 양성 유방암이라는 약물 민감성과 재발 양상이 서로 다른 두 아형을 지닌 마우스에서 저용량 화학요법과 함께 시험했습니다 [2].
출처 1, 2, 3
보호막을 표적으로 삼기
Ghajar 연구팀이 화학요법과, 보호 작용을 하는 인테그린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항체를 병용했을 때, 혈관주위 니치를 모사한 실험실 모델에 숨어 있던 휴면 종양세포 대부분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반면 화학요법이나 항체 단독으로는 그만큼 효과가 없었습니다. 인간 유방암 세포를 이식한 마우스에서, 화학요법만 시행했을 때는 거의 75%의 동물에서 골전이가 발생했지만, 항인테그린 항체를 사전에 추가하자 이 비율이 22%로 낮아졌습니다. 항체를 추가했을 때 화학요법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 외에 다른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연구자들은 이를 예상치 못한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1].
MRC 주도의 매핑 연구는 다른 종류의 기회를 시사합니다. 이 연구는 면역계의 일부인 보체 경로(complement pathway)의 활성이 종양 내 휴면 영역에서 특히 증가해 있음을 발견했으며, 이는 이 영역이 해당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것이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3]. Ghajar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National Cancer Institute 소속의 한 암생물학자는 이러한 접근법 전반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를 지적했는데, 휴면 세포를 먼저 깨우지 않고 죽이는 치료법은 성장을 다시 시작하도록 자극받은 세포 집단을 남길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출처 1, 3
치료법과는 아직 얼마나 거리가 먼가
이 발견들에는 각각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인테그린 차단 연구는 지금까지 마우스와, 뼈 환경을 모사한 실험실 세포배양에서만 이루어졌습니다. 연구자들은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항체를 시험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경고했으며, 치료받은 마우스의 약 4분의 1에서 그럼에도 골전이가 발생한 이유를 여전히 규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1]. Bcl-xL 연구에서는 이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을 경구 또는 정맥으로 투여했을 때 심각한 독성이 나타나, 연구자들은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종양 근처 피부밑으로 주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이는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2].
종양 매핑 연구는, 새로운 치료 실험이 아니라 기존 데이터세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예측을 도출한 것일 뿐이라고 명확히 설명되어 있으며, 연구자들은 휴면 세포와 이를 보호하는 이웃 세포 사이의 인과관계 방향도 아직 알지 못합니다 [3]. 종양 미세환경에 관한 보다 폭넓은 리뷰 논문은, 주변 조직이 상황에 따라 종양을 억제하기도 하고 촉진하기도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이는데, 이는 이를 의도적으로 교란하는 일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어려운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4]. 종합하면, 이 자료들은 휴면 상태 이면에 있는 생존 메커니즘에 대해 수렴하는 증거를 보여주지만, 각각의 결과는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대체로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출처 1, 2, 3, 4